[인터뷰] 익숙함에서 발견한 취향, 내 경험과 공간으로-“파브리카” 남유진(20 아텍)·윤지민(20 아텍)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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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5-12-22 15:48 조회2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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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함에서 취향의 공간과 경험을 확장하는 “파브리카”
남유진(20 아텍)·윤지민(20 아텍) 대표
감각과 기술, 일상과 브랜드라는 서로 다른 영역을 하나의 지점에서 연결하며 고유한 길을 구축해온 서강인이 있다. 윤지민·남유진 대표가 이끄는 파브리카는 ‘수건’이라는 가장 일상적인 사물에서 출발해 취향과 공간, 경험의 가치를 새롭게 사유하는 브랜드로 성장해왔다.
정답을 찾기보다 질문을 선택하고, 성과보다 과정을 중시해온 이들의 태도는 ‘미래의 기반을 다지는 서강인을 비추고자 하는 이번 서강옛집의 주제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파브리카’라는 이름 아래 축적된 고민과 실험의 시간이 어떻게 하나의 브랜드 서사로 완성되었는지 알아본다.
▲ 브랜드 '파브리카'는 자유와 행복이라는 가치에서 출발해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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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안녕하세요. 파브리카 윤지민, 남유진 대표님.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현재 파브리카에서 맡고 계신 역할과 주요 업무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파브리카(FABRIKA)를 운영하고 있는 윤지민, 남유진입니다.
일상 브랜드 '파브리카'는 현재는 저희 2명과 1명의 재학생 대표가 같이, 이렇게 3명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브랜드 전반을 기획하고 방향을 잡는 역할을 하고 있고 있어요. 제품 기획부터 커뮤니케이션, 콘텐츠, 전시나 팝업 같은 오프라인 프로젝트 등 브랜드의 운영과 성장에 관련된 모든 과정을 직접 경험하며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작은 팀이다 보니 ‘대표’라는 타이틀보다는, 브랜드를 가장 오래 붙잡고 고민하는 사람에 가깝다고 느껴요. 파브리카가 어떤 태도로 세상에 나가야 하는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어떤 물건을 만들지에 대해 계속 질문하고 선택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 '파브리카'의 대표들은 제품 기획부터 브랜드의 운영과 성장까지 전반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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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2. 브랜드를 만드신 세 분이 모두 서강대학교 아트&테크놀로지 전공입니다. 이 전공에서의 배움은 ‘파브리카’ 운영에 어떤 밑거름이 되었나요?
A. 아트&테크놀로지 전공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전공이에요. 미술, 디자인, 기술, 인문적인 사고까지 섞여 있는데, 저희는 그 모호함 자체가 가장 큰 배움이었다고 생각해요. 학교에서는 “이게 정답이다”보다는 왜 이걸 만들려고 하는지, 이 방식 말고 다른 선택지는 없는지를 계속 묻는 훈련을 했습니다.
파브리카를 운영하면서도 기획할 때 항상 “이게 왜 필요한지”, “이게 어떤 흐름으로 어떤 순간에 쓰이게 될지”를 먼저 생각하게 되는데, 그 사고방식이 전공 공부를 통한 훈련에서 자연스럽게 길러졌다고 느껴요.
이게 가장 잘 드러났던 순간이 코엑스 전시나 백화점 팝업을 준비할 때였어요. 단순히 제품을 진열하기보다는, 공간 안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머무르고 어떤 순서로 보고, 어떤 감각을 먼저 느끼게 될지를 계속 고민했거든요. 빛, 동선, 소리 같은 요소를 함께 설계하면서 “이 브랜드를 경험하고 나갔을 때 어떤 감정이 남았으면 좋을까”를 먼저 생각했어요.
저희가 전공한 아트&테크놀로지 전공이 생소하신 동문 선배님들께는 이렇게 설명해 드리고 싶어요. ‘기술을 잘 다루는 전공’이라기보다는, 현상을 다르게 바라보고 여러 분야를 연결해 하나의 경험으로 만드는 법을 배우는 전공이라고요. 그게 지금 브랜드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데 가장 큰 밑바탕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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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3. ‘파브리카’라는 이름에는 fabric, fabrication, Africa 등 여러 의미가 담겨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 가치가 브랜드 메시지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나요?
A. 파브리카라는 이름은 ‘fabric(패브릭)’, ‘fabrication(만드는 과정)’, 그리고 Africa가 상징하는 자유분방한 에너지에서 출발했어요. 패브릭은 파브리카의 가장 물리적인 출발점이에요. 구기는 대로 구겨지고, 물들이는 대로 물드는 유연한 소재라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고, 그래서 파브리카는 일상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패브릭 기반의 제품을 중심으로 전개하고 있어요. 수건처럼 자주 쓰이는 물건일수록 취향이 더 솔직하게 드러난다고 생각했거든요.

▲ 사막, 식물에서 모티프를 따서 만들어진 파브리카의 제품들. (왼쪽부터) 사하라 페이스타월 2P + 핸드타월 2P, 토마토 컬러를 닮은 사하라 타월.
fabrication은 물건을 만드는 방식에 대한 태도예요. 결과물보다 어떤 선택을 거쳐 만들어졌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제품은 완성된 정답이라기보다 그 시점의 고민이 담긴 결과물에 가깝다고 느껴요. 그리고 파브리카가 지향하는 분위기는 완벽하게 정돈된 아름다움보다는, 조금은 거칠고 솔직한 에너지에 가까워요. 사막이나 식물 모티프를 자주 쓰는 것도 그 감정을 시각적으로 풀어낸 방식이고요.
결국 파브리카는 일상의 물건을 통해 ‘취향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브랜드라고 생각해요. 제품은 그 과정의 결과물이자, 누군가의 일상에서 다시 새로운 선택을 만들어내는 시작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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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4. 창업 초기, 아이디어와 자금이 제한된 상황에서도 “이 길을 가겠다”고 결심하게 된 배경과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A. 처음부터 명확한 사업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졸업을 앞두고 막상 하고 싶은 일이 뚜렷하지 않았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계속 붙잡고 살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컸어요. 그렇다고 아무 방향 없이 취업 준비를 하는 것도 저희한테는 잘 맞지 않았고요.
파브리카는 ‘자유와 행복’이라는 막연한 소망에서 출발한 브랜드예요. 다만 저희는 결과로써의 행복보다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가느냐, 즉 ‘과정’에 더 관심이 있었어요. 미래의 어떤 지점에서 행복해지는 게 아니라 지금의 생활 안에서 조금 더 자유롭고, 조금 더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가까워지는 과정이요.

▲ 파브리카는 수건에서 시작해 러그, 바구니 등 사용하는 사람의 일상에 녹아드는 용품으로 브랜드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그래서 파브리카가 일상과 밀접한 물건들로 시작한 것도 그 이유예요. 수건처럼 매일 쓰는 물건들이야말로 삶의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가장 가까운 존재라고 느꼈거든요. 오늘의 파브리카를 가능하게 한 원동력도 이 과정을 쉽게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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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5. 첫 제품 개발 과정에서 공장 탐색부터 소재·공정·디자인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셨다고 들었습니다. 그 경험이 준 가장 큰 교훈은 무엇인가요?
A. 첫 제품을 만들 때는 정말 아는 게 거의 없었어요. 공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소재나 공정도 이름만 아는 정도였고요. 그래서 무작정 지방으로 내려가 공장을 찾아다니고, 미팅하고, 샘플 받고, 생각이랑 다르면 다시 고치고… 그걸 계속 반복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비효율적인 선택도 많았고, 굳이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됐을 일도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 과정이 없었으면 우리가 뭘 중요하게 봐야 하는지도 몰랐을 것 같아요. 어디까지는 타협해도 되는지, 어디서는 절대 물러서면 안 되는지에 대한 기준이 그때 생겼거든요.
가장 크게 배운 건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에서 시작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는 거예요. 그래서 지금도 모르는 영역을 만날 때마다 겁내기보다는, 일단 해보고 그 안에서 배우자는 쪽에 더 가까워요. 첫 제품 개발 과정이 창업가로서 저희를 가장 단단하게 만들어준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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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6. 파브리카는 ‘일상과 공간에 취향을 담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동문이 공감할 만한 파브리카의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A. 요즘은 취향을 발견한다기보다는 취향을 소비하는 시대에 더 가깝다고 느껴요. ‘What’s in my Bag?’ 같은 콘텐츠나 ‘추구미’ 같은 단어들이 자연스럽게 오가는 걸 보면요. 좋아하는 걸 빠르게 정리하고 보여주고 바꾸는 데 익숙해진 느낌이에요. 그러다 보니 정작 내가 편안해지는 게 뭔지, 계속 곁에 두고 싶은 게 뭔지는 오히려 더 헷갈려질 때도 많아졌다고 느껴요.
그래서 파브리카는 ‘익숙한 것을 낯설게’라는 모토를 내세웠어요. 새로운 것을 계속 제안하기보다, 이미 일상 안에 있는 것들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데서 시작하고 싶었거든요. 그 과정에서 자신을 더 알아가는 시간이 만들어지길 바랐고요.
▲ 파브리카의 제품들은 다양한 컬러와 컨셉으로 가장 익숙한 일상의 물건인 수건에서 시작해 나만의 취향을 발견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집이라는 공간도 마찬가지예요. 보여주기 위한 배경이 되기 쉬운 곳이지만 사실은 굉장히 개인적인 장소잖아요. 파브리카는 그 공간을 정답처럼 꾸미기보다, 자기 리듬과 취향에 맞게 써도 괜찮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서강 동문 여러분도 ‘나’를 잊기 쉬운 세상에서 잠깐이라도 ‘나’를 돌보는 순간을 자주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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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7. 대표님들께서 그리는 파브리카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중장기 비전이 궁금합니다.
A. 파브리카는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일상이 특별해지는 방식’을 제안하는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 수건에서 시작했지만 결국 우리가 하고 싶은 건 취향이 결정되는 순간을 더 많이 만들고, 그 순간들이 쌓여 각자의 공간이 더 자유로워지는 걸 경험하게 하고 싶거든요.

▲ 파브리카는 백화점 등 외부 공간을 활용한 브랜드 경험을 설계하고 그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다.
중기적으로는 파브리카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접점을 넓혀갈 계획이에요. 오프라인 공간이나 팝업, 워크숍 같은 경험을 통해 ‘아, 이 브랜드는 이런 메시지를 중요하게 여기는구나’를 몸으로 느낄 수 있게요. 매장을 많이 늘리기보다는 작지만, 밀도 있는 공간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파브리카가 사람들이 자기 취향을 자연스럽게 발견하게 만드는 하나의 플랫폼처럼 작동하길 바라요. 어떤 물건을 사는 경험을 넘어서 “나는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하고 자신을 알아차리게 만드는 브랜드요. 오프라인 공간도 동네에 스며든 작은 거점이자 커뮤니티의 출발점이 되어, 들렀다 간 이후에도 일상에 영감을 주는 장소였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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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8. 파브리카의 여정에서 동문 사회의 관심과 응원은 어떤 의미인가요?
A. 학부생 때 창업을 시작하면서 학교의 도움이 없었으면 솔직히 많이 힘들었을 것 같아요. 아트&테크놀로지 전공에서 했던 프로그램부터 창업지원단의 창업동아리까지, 아이디어를 실험해 볼 수 있는 환경이 있었고 실패해도 다시 해볼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주어졌다는 점이 학생 창업자에게는 정말 컸어요.
그래서 동문 사회의 관심이나 응원도 막연한 응원이라기보다는, 이 시작을 가능하게 해준 학교와의 연결처럼 느껴질 때가 많아요. “얼마나 잘 되고 있나”보다 “어떤 기준으로 가고 있나”를 봐주신다는 느낌도 들고요. 그게 브랜드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든든한 지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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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9. 창업이라는 길을 선택한 서강 동문으로서, 지금의 서강 가족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까요?
A. 요즘 창업은 아이디어나 의지만으로 밀어붙이기에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려운 길이라는 걸 계속 느끼고 있어요. 시장도 빠르게 변하고, 선택의 무게도 무겁고요.
그래서 혼자서 다 해내겠다는 마음보다는, 주변의 도움과 조언을 어떻게 잘 받아들이느냐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느껴요. 서강대의 창업 커뮤니티는 그런 의미에서 큰 자산이에요. 먼저 이 길을 걸어오신 선배님들의 경험은 파브리카에게 가장 현실적인 참고서 같고요.
앞으로도 창업을 이어가면서 서강 커뮤니티 안에서 더 많이 묻고, 더 많이 배우고, 조언과 도움을 받고 싶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파브리카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후배들에게 저희의 경험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어요.
파브리카 윤지민·남유진 대표의 이야기는 창업의 화려한 성과보다 기준을 세우는 과정에 집중한다. 서강의 남다른 전공에서 길러진 질문하는 사고에서 출발해, 첫 제품을 만들며 시행착오로 쌓은 노하우, 일상에 밀착한 물건을 통해 취향의 순간을 넓히려는 방향성까지, 파브리카의 여정은 느리지만 단단하다. 두 대표는 완성된 답을 제시하기보다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방식을 쌓아가고 있다. 오늘의 작은 기준들이 내일의 브랜드를 지탱하듯, 이들의 행보는 미래의 기반을 만들어가는 서강인의 한 모습을 보여준다.
글 | 오연지(23 신방) 서강옛집 기자, 서강옛집 담당 이수민(14 수학)
사진 | 파브리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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