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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서강 에피소드 8 첫 입시, 화장지,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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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선비 작성일10-03-29 00:28 조회17,77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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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교 첫 신입생 선발 장면이다. 시험은 1960년 3월 21일부터 23일까지 열렸고, 첫날은 학과 시험으로 국어, 영어, 수학, 선택과목 등을 치렀다. 둘째와 셋째 날은 면접 및 신체검사가 진행됐다.


최창섭(60 영문) 동문의 추억

모교 첫 학생모집 시험 장소는 A관(본관)과 동성고등학교 건물 등이었다. 당시 A관 건물이 유일했기에 부득이 혜화동에 있는 동성고 건물을 빌려 양쪽에서 입시를 치렀다. 영어 시험은 독특해서 당시 유행하던 문법중심이 아니라 회화체 중심이었고 ‘지난 여름방학에 한 일을 영어로 쓰라’는 에세이 문제가 나왔는가 하면, 예수회 신부님들이 직접 영어로 면접을 갖기도 하는 등 무척 신선했다.

1960년 개교 첫 학기는 4월부터였다. 당시 대학교는 4월 입학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4월 18일 개강일 바로 다음날 4.19혁명이 일어났다. 개강하자마자 휴교에 들어갈 수 밖에 없었던 사회 상황이었다. 신촌로터리에서 학교까지 이르는 길은 그야말로 진창길이었기에 장화 없이는 못 다닐 정도였다. 정문이라야 초소만 하나 달랑 있던 초라한 모습이었다. 정문 건너편에 몇몇 구멍가게와 사진관 등이 있었고, 그 뒤로 십여 채의 민가가 포진하고 있었기에 조그마한 시골마을 풍경과 비슷했다.

 

학교 건물이라야 A관이 유일했고, 계단 달린 굴뚝 타워가 상징적인 랜드마크로 우뚝 솟아 있었다. 일부 짓궂은 학생들은 굴뚝 꼭대기에 올라가곤 했다. 그곳에 오르면 멀리 마포강, 서강, 밤섬 등이 한눈에 들어왔다. 현재 테니스장 위치쯤에 목공소용 퀀셋(벽과 지붕이 반원 형태로 연이어진 조립 주택) 가건물이 식당겸용으로 자리했으나 내려가기가 불편하고 멀었던 까닭에 일부 학생은 수세식화장실을 도시락 먹는 장소로 이용하기도 했다. 그 즈음 서울에 수세식 화장실을 갖춘 대학은 모교가 유일했고, 재래식 변소에 익숙했던 학생들에게는 모교 화장실이 정말 깨끗해서 도시락을 먹어도 다들 괜찮다고 여겼다. 

 

재미있는 추억거리 가운데 화장실 화장지가 계속 없어졌던 기억이 있다. 당시 우리들에게 화장지는 귀했기에 대부분 둘둘 말아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그런데 신기할 정도로 학교 당국은 이를 애써 말리거나 금지하지도 않았다. 학생들은 한참이 지나서 화장실에 가면 항상 새 화장지가 보급되어있었기에 훔쳐갈 필요성을 더 이상 느끼지 않게 됐다. 자연스레 화장지 도벽이 사라지게 한 건 예수회 교육의 독특한 단면이라 볼 수 있는 사례다.
 
같은 맥락으로 도서관에서의 일화도 있다. 당시 A관 2층을 서고로 썼고, 2층 복도는 열람실 겸 독서실이었다. 그 때부터 개가식으로 도서관을 운영해 학생들은 직접 들어가 책을 보고 골라 볼 수 있었다. 가끔 책이 훼손되거나 페이지가 부분적으로 잘려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학교 당국은 개가식에 따른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폐가식으로 전환하기보다는 훼손된 책을 전시함으로써 학생들의 소행이 어떤 결과로 나타나는지를 직접 느끼도록 했다. 이 또한 독특한 예수회 교육 철학이 아니었던가 생각한다.

정리=이매자(61 영문), 서미자(62 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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