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기록과 신뢰의 기반을 지켜 온 저널리스트, 오정훈(88 불문) 연합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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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5-12-22 14:02 조회2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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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과 신뢰의 기반을 지켜 온 저널리스트, 오정훈(88 불문) 동문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도 언론의 역할은 분명하다. 사실을 확인하고 기록해 전달하는 일, 그리고 그 기록에 대한 신뢰다. 『서강옛집』 2025년 마지막호에서는 제21회 서강언론인상 수상자인 오정훈(88 불문) 동문을 만났다. 그는 서강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한 뒤 언론 현장에서 경력을 이어왔으며, 현재 연합뉴스 편집국 프랑스어뉴스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오정훈 동문은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압사 사고, 12.3 비상계엄 선포 등 한국 사회의 중대한 순간들을 현장에서 기록해 온 기자다. 동시에 그는 2010년 G20 정상회의 당시 프랑스 대통령에게 직접 질문을 던져 외규장각 도서 반환과 관련한 입장을 이끌어내 보도하며, 해당 사안이 국제사회에서 공론화되는 데 중요한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국내의 비극적 사건부터 외교 현안에 이르기까지, 그의 기록은 한국 사회의 굵직한 정세와 함께해 왔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오 동문이 이러한 현장 속에서 지켜온 언론인으로서의 기준과 판단의 과정을 중심으로, 그의 언론 활동과 서강에서의 배움이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 오정훈 연합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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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안녕하세요. 오정훈 동문님. 먼저 이 글을 읽을 서강 동문들께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는 불어불문학과 88학번으로, 학부에서 불문학을 전공한 뒤 대학원 석사 과정을 마쳤습니다. 이후 튀니지와 프랑스에서 유학하며 프랑스 문학을 공부했고, 파리 소르본 누벨 대학(Université Sorbonne Nouvelle)에서 박사 과정 준비 과정을 이수했습니다.
2006년에는 주한 프랑스대사관 문화원에서 교육 진흥 담당자로 근무하며 한국으로 돌아왔고, 2009년 연합뉴스 프랑스 뉴스팀 창단 멤버로 선발되면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기자 생활 중에는 노동조합 활동도 병행했습니다. 입사 4년 차에 사내 노동조합 위원장을 맡아 1년간 활동했고, 2017년에는 전국언론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으로 1년 반 동안 일했습니다. 이후 언론노조 위원장에 당선돼 2021년 3월까지 위원장직을 수행했으며, 임기를 마친 뒤 다시 회사로 복귀해 현재까지 프랑스 관련 뉴스를 계속 취재·보도하고 있습니다. 현재 프랑스어 뉴스 기자로 일한 지 16년 차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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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2. 기자 생활을 시작하면서 세웠던 원칙 중, 언론인으로서 지금까지도 지켜온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기자 생활을 시작할 때 세운 원칙 가운데 지금까지 가장 중요하게 지켜온 것은 ‘정확한 기록’입니다. 언론의 본질은 매일 벌어지는 일을 기록으로 남기는 데 있고, 기자는 그 기록이 진실에 최대한 부합하도록 책임 있게 검증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작가가 픽션을 다룬다면, 기자는 반드시 진실을 다뤄야 한다는 점에서 더 엄정한 태도가 요구됩니다.
물론 하나의 사안에는 다양한 정보와 신뢰도의 단계가 존재합니다. 그만큼 기자는 가능한 모든 층위를 점검하며, 사실에 가장 가까운 기록을 남기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이러한 태도는 기자 생활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원칙입니다.
두 번째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건과 사실의 ‘다면성’을 훼손하지 않는 것입니다. 모든 사건은 여러 얼굴을 갖고 있으며, 보도는 특정 방향으로 왜곡되지 않도록 균형을 유지해야 합니다. 가능한 한 사건의 맥락을 온전히 전달하는 것이 좋은 기사라고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외국어로 기사를 쓰는 기자로서 독자층이 글로벌하다는 점을 늘 의식해 왔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일들 가운데 국제 독자가 이해해야 할 핵심 사안을 정확히 선별해 전달하는 것 역시 중요한 책임입니다.
결국 이 모든 원칙은 거창한 신념이 아니라, 기자라면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적인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루하루를 기록으로 남기는 일,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기자의 역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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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3. 매일 새로운 사건과 변화를 마주해야 하는 직업인 만큼, 이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깊이와 무게가 더해져 왔을 것 같습니다. 수십 년간 현장을 지켜오시며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어떻게 달라졌다고 느끼시나요?
A. 세상을 바라보고 읽어내는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길러진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는 프랑스 문학, 특히 19세기 프랑스 문학이 그런 훈련의 장이었습니다. 작가들이 사회와 인간을 관찰하고 이를 서사로 구성하는 방식을 따라가다 보면 시야가 자연스럽게 넓어집니다.
프랑스 문학은 흔히 낭만적으로 인식되지만, 실제로는 매우 사실적이고 치밀한 관찰에 기반한 전통을 갖고 있습니다. 발자크나 위고, 졸라 같은 작가들은 개인의 삶을 역사적 맥락 속에서 기록하듯 그려 냈고, 이는 하나의 사건이나 인물이 단일한 의미로 환원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 줍니다. 불문학을 공부하며 이러한 다층적 시각을 끊임없이 점검하는 훈련을 받았고, 이는 기자로서 사실을 다루는 태도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이런 시각은 기사 작성 과정에서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같은 통계 자료라도 어떤 수치를 강조하고 어떤 맥락을 설명하느냐에 따라 독자의 이해는 크게 달라집니다. 외국어로 기사를 쓰는 기자는 특히 어떤 관점을 선택할지 늘 고민해야 하며, 이때 중요한 것은 선택한 정보가 객관적이고 균형 잡혀 있는지를 끊임없이 점검하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기자의 인간관입니다. 기자는 냉정하게 사실을 검증해야 하지만, 동시에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이들을 향한 시선까지 잃어서는 안 됩니다. 이 점에서 서강대학교 예수회 교육 이념은 제 저널리즘의 중요한 토대가 되었습니다. ‘진리에 순종하고 타인을 이롭게 하는 사람’이라는 가치가 기자로서의 제 기준을 형성해 왔습니다.
사건과 인물은 빙산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겉으로 드러난 사실만으로는 실체에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기자는 보이지 않는 맥락이 존재함을 인식한 상태에서 기록해야 하며, 단순한 전달을 넘어 현실을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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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4. 언론인은 기록을 통해 시대를 남기는 만큼, 동문 님께 특별히 기억에 남은 장면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취재하면서 ‘이건 앞으로 우리 사회의 중요한 기록이 되겠다’고 느꼈던 순간이 있다면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당시 어떤 생각을 하셨고, 왜 그 순간이 기록의 가치가 있다고 느끼셨는지도 궁금합니다.
A. 뉴스 통신사 기자에게는 사실상 매일이 기록의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소속되어 있는 연합뉴스는 다른 언론에 뉴스를 공급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무엇보다 가장 빠르고 정확한 기록이 요구됩니다. 특히 외국어로 작성되는 기사는 단순한 번역이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받아들여지는 ‘사실’이자 한국의 공식적인 메시지처럼 작동하기 때문에 그 책임은 더욱 무겁습니다.
그중에서도 한국 사회를 크게 흔들었던 사건들은 특히 강하게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나 이태원 압사 사고와 같은 대형 참사는 개인적으로는 매우 힘든 경험이었지만, 기자로서는 감정을 배제한 채 반드시 기록으로 남겨야 할 사건들이었습니다. 고통스러운 순간일수록 사실을 차분하게 확인하고 전달하는 것이 기록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최근의 계엄령 선포 역시 반드시 남겨야 할 역사적 순간이었습니다. 선포 이후 국회 상공을 오가던 헬리콥터, 국회에서 계엄 해제 결의가 이뤄지기까지의 전 과정이 모두 기록의 대상이었습니다. 당시 상황을 인지하자마자 회사로 돌아가 밤새 보도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닌 세대로서 계엄령이 지닌 무게를 알고 있었기에, 그날의 긴장감은 더욱 컸습니다.
기자 생활에서 또 하나 기억에 남는 장면은 2010년 G20 정상회의 당시 프랑스 대통령에게 직접 질문을 던져 외규장각 도서 반환과 관련한 답변을 받아 보도했던 경험입니다. 공식 발표 전에 반환 시기와 방식에 대한 입장을 확인했고, 이는 국내외 언론에 보도되었습니다. 외국어 기자였기에 가능했던 취재였고, 끝까지 질문 기회를 기다린 끝에 얻은 성과였습니다.
물론 질문을 던지고 기록하는 일은 기자에게 당연한 역할입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기자로서 기억해도 되겠다’고 느낀 순간이었고, 동시에 분명한 기록적 가치를 지닌 사건이었습니다. 결국 뉴스 통신사 기자에게 중요한 것은 몇 번의 특별한 순간이 아니라, 매일의 기록이 언젠가 역사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라고 생각합니다.

▲ 오정훈 동문은 지난 11월 말 제21회 서강언론인상을 수상했다. (왼쪽부터) 이동우(85 영문) 서강언론인동문회장, 오정훈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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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5. 기자 개인에게 요구되는 기준과 동시에, 사회 전체에서도 정보의 홍수로 인해 진위여부를 가리기 힘들어질 정도로 정보가 주는 신뢰는 줄어들었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동문 님이 생각하는 “신뢰를 지키는 최소한의 기반”은 무엇인가요?
A.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이지만, 진실을 왜곡하려는 시도는 늘 존재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권력이나 자본을 가진 집단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사실을 흐리기 위해 언론에 압력을 가하고, 특정 발언의 맥락을 축소하거나 바꿔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실을 왜곡하려 합니다. 이런 설명이 다시 공식 입장이라는 이름으로 유통될 때, 언론이 이를 그대로 받아쓰는 상황은 특히 경계해야 합니다.
이럴수록 기자는 단순한 전달자가 아니라, 사실이 무엇인지 끝까지 확인하고 검증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모든 사실이 즉각 명확해지지는 않더라도, 명백한 왜곡이 있다면 그것은 반드시 바로잡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정보의 홍수’ 이전에 먼저 고민해야 할 문제는, 의도적인 왜곡을 어떻게 가려낼 것인가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여전히 레거시 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축적된 취재력과 검증 과정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수많은 정보 속에서 기준점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매체가 다양해질수록 왜곡된 정보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지만, 동시에 제대로 된 보도가 신뢰의 기준을 제시할 여지도 존재합니다.
결국 언론의 역할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진실에 가장 가까운 사실을 가려내 기록으로 남기는 데 있습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최소한의 기반은, 권력이나 자본의 압력 앞에서도 사실을 확인하고 보도하려는 기자 개인의 기본적인 원칙과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원론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이 원칙을 꾸준히 지켜 나가는 것이 언론이 신뢰를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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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6. 언론 환경이 급변하면서 기자의 역할 또한 큰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동문 님께서 보시기에 ‘결코 사라지지 않을 기자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기자에게 결코 사라지지 않을 역할은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임무는 어떤 시대와 매체 환경에서도 진실에 가장 가까운 정보를 왜곡 없이 전달하는 일입니다.
보도는 미세한 어휘 선택 하나만으로도 의미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플랫폼이 다양해지고 영상 중심의 환경이 되더라도, 기자는 정보가 훼손되지 않도록 가장 정확한 형태로 사실을 전달해야 합니다. 신뢰성과 정확성은 여전히 기자 역할의 핵심입니다.
기자에게는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집니다. 그만큼 어떤 정보를 선택하고 어떤 맥락으로 전달할 것인지는 기자의 책임이며, 이 선택이 곧 저널리즘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했지만, 그들이 인용하는 사실의 상당수는 여전히 전통 언론의 취재와 보도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통 언론 기자들이 얼마나 정확하고 진실에 가까운 기준을 지키느냐는 사회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 기본을 지켜 나가는 것, 그것이 기자라는 직업의 존재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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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7. 유학 시절부터 노동조합 활동까지 다양한 경험을 해오신 만큼, 직업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삶의 전환점이 있었던 순간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그 경험이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방식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궁금합니다.
A. 지금의 사고 방식과 태도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경험은 프랑스 유학과 이후의 언론사 생활, 특히 노동조합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랑스 유학 시절에는 생활 방식과 사고 구조 자체가 한국과 크게 다르다는 것을 몸으로 체감했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 ‘내가 당연하다고 여겨온 기준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라는 점을 배웠고, 이후 어떤 사안이든 보다 유연하게 바라보는 태도가 자리 잡았습니다. 약 8년에 걸친 해외 생활은 현재의 저를 형성한 중요한 기반이었습니다.
삶의 방향이 본격적으로 전환된 계기는 언론사 입사 이후였습니다. 불문학자로서의 진로를 자연스럽게 이어가던 중 기자가 되었고, 입사 초기에 불공정 보도를 둘러싼 대규모 파업을 겪으면서 언론이 사회와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 체감하게 됐습니다. 입사 3년 차에 약 3개월 반 동안 파업에 참여했고, 이후 노동조합 활동과 위원장 역할까지 맡으며 언론 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가까이에서 보게 됐습니다.

▲ 오정훈 동문은 2019년 3월 제 10대 언론노조위원장으로 취임하여 2021년 3월까지 2년간 활동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활동을 통해 다양한 언론 종사자들을 만나며, 언론이 시민들의 일상과 인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실감했습니다. 동시에 언론사 내부의 부당한 구조와 보도 개입, 언론 노동자들이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직접 목격했습니다. 이 경험은 ‘기사를 잘 쓰는 것’만으로는 언론의 역할을 다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갖게 한 결정적인 계기였습니다.
언론 종사자 역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부당함에 맞서야 하고, 때로는 어려운 선택을 감내해야 할 순간이 찾아옵니다. 그럼에도 그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올바른 언론을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과, 그것이 결국 사회의 신뢰로 이어진다는 믿음이었습니다.
여기에 외국어 기자로서의 책임감도 더해집니다. 제가 쓰는 기사 한 편이 개인의 의견을 넘어 한국 사회의 메시지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에, 프랑스 유학과 노동조합 활동을 통해 쌓아 온 문제의식과 가치관이 지금까지 기자 생활을 이어오게 한 중요한 힘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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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8. 동문 님께서 쌓아오신 기록과 신념은 많은 후배들과 사회에 깊은 배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라고 느낍니다. 오랜 시간 축적해온 경험을 앞으로의 세대나 사회와 어떻게 나누고 싶으신가요? 그 전승의 방식이나 앞으로 계획하고 계신 방향이 있다면 들려주십시오.
A. 누군가에게 모범이 된다는 것은 조심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의 태도나 가치관은 말로 가르쳐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공간에서 같은 기준을 지켜 가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전해진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지금까지 지켜온 원칙에 따라 흔들림 없이 기사를 쓰고, 맡은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별한 메시지를 전하지 않더라도, 정년을 앞둔 시니어로서 자신의 일을 평탄하게 해 나가는 모습 자체가 후배들에게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또 하나 바라는 점은 언론 노동조합의 역할이 다음 세대에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입니다. 노동조합은 단순한 복지 기구가 아니라, 보도의 독립성과 외압으로부터의 자유를 지키는 중요한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법적인 한계가 있더라도, 언론의 공정성을 지탱하는 기반으로서 그 역할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저는 어떤 교훈을 직접 전달하기보다, 노동조합이 건강하게 유지되고 언론의 공정성을 지켜 나가는 실천이 이어질 수 있도록 작은 역할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것이 제가 경험과 신념을 사회와 나누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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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9. 서강의 교육이 동문 님이 앞으로 나아가는 지표가 되었던 것처럼, 지금도 많은 동문들이 서강이라는 환경 속에서 자신의 색깔을 찾고 자기만의 길을 일구어 가고 있습니다. 그런 후배 동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과, 앞으로 서강 공동체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는지도 함께 말씀해주십시오.
A. 서강이 국내 유일의 예수회 대학이라는 점, 그리고 가톨릭 내에서도 교육에 헌신해 온 예수회의 학교를 다녔다는 동질감을 동문들이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서강의 교육 이념인 “진리에 순종하고, 타인의 유익한 삶을 살아가자”는 가족 공동체적 가치는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 온 서강인들의 모습 속에서 여전히 살아 있다고 느낍니다. 그 점에서 저는 서강 공동체에 깊은 자부심과 신뢰를 갖고 있습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서강대학교와 연결되어 있었고, 개인적인 유학 경험까지 더해지며 예수회 교육의 가르침은 제 삶과 직업을 대하는 태도의 밑바탕이 되었습니다. 비록 가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그 가치들은 자연스럽게 제 안에 스며들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사회 안에서 비슷한 고민과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서강 공동체 안에 있다는 사실이 큰 힘이 됩니다. 그래서 서강 동문, 서강 공동체는 제게 삶과 직업을 버텨 나가게 하는 든든한 버팀목이며, 그런 의미에서 “Be Sogang, Proud Sogang”, 정말 자랑스러운 공동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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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훈 동문의 인터뷰는 기자의 역할을 기본으로 되돌려 놓는다. 그의 설명은 분명하다. 언론의 일은 해석이나 속도보다, 사실에 가장 가까운 기록을 남기는 데 있다. 그는 이러한 태도를 특별한 신념이 아닌, 현장에서 지켜야 할 기준으로 말한다. 기록은 사람과 사회를 향해야 하며, 정확하고 신중한 판단 위에서만 의미를 갖는다는 점도 강조한다.
이번 인터뷰는 한 언론인의 경험을 넘어, 사회를 지탱하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눈에 띄는 성과보다 흔들리지 않는 기준을 지키는 일,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역할을 성실히 이어가는 선택이 결국 다음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오 동문이 현장에서 쌓아온 기록과 판단의 과정은, 서강이 지향해 온 교육의 방향이 삶 속에서 어떻게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축적은 즉각적으로 드러나지 않아도, 다음 세대의 서강과 나아가 이 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단단한 기반이 될 것이다.
(오정훈 동문의 기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글 | 서강옛집 담당 이수민(14 수학), 한서정(23 경영) 서강옛집 기자
사진 | 연합뉴스, 전국언론노동조합, 서강언론인동문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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