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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대의 이정표돼야-박홍 前총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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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4-09-01 10:45 조회11,94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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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 동문들이 근황을 가장 궁금해 하는 인물은? 옛집 편집위원회가 다양한 경로로 여론을 수렴한 결과 압도적 다수 의견은 前총장 박홍 신부였다. 100미터 앞에서도 ‘저 분이 박홍 신부님’이라는 것을 식별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허언이 아닌 분. 언론에 뜨거운 이슈를 제공하기도 하면서 서강 인지도 향상의 일등공신으로 손꼽히기도 하는 바로 그 분. 무더위가 한창인 날 모교 사제관에서 가진 인터뷰 도중 자장면과 탕수육을 배달시켜 먹었다. 식사 중에도 신부님의 사자후는 계속되었다. 인터뷰는 표정훈(88 철학) 본보 편집인과 권경률(90 사학) 편집위원이 도맡았고, 이창섭(84 국문) 사무국장과 정범석(96 국문) 편집팀장이 동석했다.

표정훈(이하 표) 많은 동문들이 신부님 근황을 궁금해 하고 있습니다.

박홍 별게 있겠습니까. 몇 년 전 심장수술 받았고 최근엔 신장 투석 치료를 매주 세 차례 받습니다. 한 번 받을 때 4시간 정도 걸리는데 건강은 건강할 때 잘 관리해야 한다는 말을 절실히 느낍니다. 동문들이 저를 찾아올 때가 제법 있는데, 그럴 때마다 힘이 솟아요. 정말 반갑습니다! 그런데 동문 숫자가 얼마지요? 1만 5000명, 2만 명, 이럴때가 기억나는데.

7만 명입니다.

박홍 대단히 늘었네. 동문들이야말로 서강의 열매들입니다. 열매가 가장 중요해요. 서강 출신들은 사회 어느 분야에서든 평판이 매우 좋습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고 기업체나 다양한 분야 사람들 만나보면 정말로 다들 그래요. 제가 신부로, 교수로 또 총장으로 봉사한 보람을 크게 느낍니다.

80년대와 90년대에 신부님이 학생들 위해서 뛰어다니시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박홍 총학생회장이나 학생회 간부 학생들 다수가 구속되고 형을 살고 했지요. 제가 다른 대학 총장들 이끌고 전국 교도소를 다녔어요. 총장들이 꺼려하기에 말했지. ‘당신들 학생 가르치고 이끌어야 할 총장 아니냐? 총장이 가지 않으면 누가 가느냐.’ 가니까 교도소장들이 긴장하더라고. 학생들에게 가져 간 샌드위치, 김밥을 먹이려 하니까 오히려 학생들이 ‘걸리면 독방 간다’라며 무서워하더라고. 교도소장에게 말했지. ‘선생이 학생들 위해 가져온 건데 이것도 안 되느냐?’ 결국 허락하더라고.

권경률(이하 권) 단순히 면회하고 음식 먹이려 가신 건 아닐 테고요.

박홍 좀 나중 얘기지만 제가 총장들 모아 놓고 검찰총장하고 법무부장관하고 초청했어요. 폭탄주 5잔 돈 다음에 얘기했지. ‘학생들 풀어줘라. 정의를 향한 순수한 열정에서 뛰어든 학생들이 대다수다.’ 검찰총장이 ‘증거가 없지 않느냐’ 하더라고. 그래서 증거를 댔지. 교도소에서 내가 학생들에게 손도장을 받았거든. ‘주체사상, 마르크스 레닌주의에 진정으로 답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답이 못 됩니다’라고 적고 손도장 찍게 한 거지. 폭탄주 10잔 돌았을 무렵 그 증거를 들이댔는데, 한 일주일 뒤에 학생들 대부분이 석방됐어요.

신부님은 대학 교육의 깊은 의미에 관해 그 누구보다 많이 고민하고 또 실천하기 위해 애쓰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박홍 지금 지구공동체는 가치불확실성 시대, 문화충돌 시대예요. 경제적 이익이 절대 가치가 되어버렸어요. 세대 간, 종교 간, 국가 간 다양한 갈등이 일어납니다. 인간존엄성, 인권, 생명 가치는 상실되고 있어요. 젊은이들이 가장 많은 곳이 대학, 군대, 노동계입니다만 대학도 가치불확실성에 빠졌고 군대도 최근 가혹행위와 구타 사망 사건이 터져 나옵니다만 인간존엄성과 인권이 실종됐어요.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책임입니다. 권리와 책임이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두 축인데 큰 사고 나도 제대로 책임지는 놈이 없어!

이런 시대, 이런 현실에서 대학의 역할은 어떠해야 하겠습니까?

박홍 시대의 이정표가 되어야죠. 시대의 문제를 천착하고 답을 찾아야죠. 그런데 대학으로 일반 사회의 왜곡된 가치관이 역류해요. 대학이 가치문제를 제대로 다뤄야 하는데 오히려 가치불확실성, 문화충돌의 장이 되고 있어요. 노동 없이 자본 없고, 자본 없이 노동 없습니다. 자본과 노동 간 갈등은 세상 끝날 때까지 있을 것입니다. 대학에서는 자본과 노동 간 갈등을 푸는 지혜를 가르치고 배워야 한다고 봅니다. 생산에 참여하고 분배에 참여하는 올바른 가치 교육의 장이 되어야 한다는 거죠.

교수와 학생들 관계만 해도 예전 같지 않다는 후배들이 많습니다.

박홍 제가 총장 할 때 퇴학 대상 학생들을 다 불렀어요. 보직 교수든 교직원이든 서류만 보고 그냥 도장 찍고 만다고. 직접 만나 사정 다 들어봐야 그게 교육이지, 서류 보고 도장만 찍으면 그게 어디 관공서지 교육기관입니까? 하루에 아르바이트 3군데 다니는 학생이 있는데 학점이 1.6이더라고. 아르바이트 하나만 줄이고 다음 학기 열심히 해보자 했더니 펑펑 울면서 그래. ‘총장님 저 자신 없어요.’ 그래서 말했지 ‘실망은 죄악 중 가장 큰 죄악이다. 열심히 해보자.’ 다음 학기에 학점 잘 받았더라고. 교수와 학생은 가치 교육을 바탕으로 인격적 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스스로 탐구하고 추구할 필요를 느끼도록 도와주는 교육이 필요해요. 교수부터 먼저 바뀌어야 합니다. ‘남과 함께, 남을 위하는(with others and for others)’ 사람이 되도록 하는 가치 교육이 절실합니다.

대학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와 국가 전반적으로도 가치문제가 심각한 듯합니다.

박홍 분단의 한을 푸는 지혜를 연구하고 배워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북한은 사상적으로 미쳤고 남한은 섞었다고 말합니다. 미침과 섞음이 만나니 안 그래도 헷갈리는 인간들이 더 헷갈려요. 섞음이 아니라 삭음을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없어집니다. ‘진리에 순종하라’(Obedire Veritati)는 말처럼 빛으로 향해 미래로 나가는 진리를 배우고 가르치는 서강이 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서강의 존재 이유이며 서강의 교육 이념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재학할 당시에 혹시 교류나 인연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박홍 박 대통령이 2학년 때였을 겁니다. 내가 학생군사훈련을 강하게 비판한 적이 있어요. 군대 가서 3년 복무해야 하는데 왜 학생들 들볶느냐는 거지. 시간 때우는 식으로 효과도 없는데. 청와대에서 부르더라고. 박근혜 대통령, 당시는 학생이 인사하더니 나가고 박정희 대통령, 육영수 여사,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서 식사를 했어요. 박 대통령이 학생군사훈련 얘기를 꺼내기에 내가 강하게 얘기했어요. 대통령 안색이 좋지 않더라고. 혼자 술을 제법 마시더니 안 좋은 얼굴로 그냥 나가버리더라고. 육영수 여사가 난감해하면서 눈물 글썽이더니 말했어요. ‘저 분이 저러세요.’

김의기 동문과도 각별한 인연을 맺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박홍 김의기 학생이 나한테 신학적 인간학 과목을 들었지요. 조용한 학생이었는데 광주에 다녀오더니 의기소침한 표정으로 ‘신부님 나라가 참 걱정돼요’ 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걱정 마라’ 했지요. 다음 날 일이 일어나고 말았는데, 서울대 영안실에 가니 김의기가 많이 맞아서 사망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더군요. 그래서 내가 영안실 지키는 사람을 겨우 설득해서 김의기 아버지와 함께 시신을 직접 확인했어요. 들킬까봐 촛불 들고 확인했는데 멍은 없더군요.

긴 시간 좋은 말씀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서강 동문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을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박홍 캠퍼스 늘리고 확장한다고 좋은 대학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서강의 미래는 그런 것에 있지 않다고 봐요. 양보다 질적으로 우수한 교육의 특성을 키워나가는 것이 서강의 참된 발전의 길이라고 확신합니다. 대학은 확장 제일주의, 양적 성장주의로 대표되는 물질문명의 유혹을 물리쳐야 합니다. 책상 크고 책가방 크다고 좋은 학생, 공부 잘 하는 학생이 되는 게 아니니까요. 저는 7만 동문 여러분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서강 동문들을 만나면 참 반갑고 든든하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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