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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 번역계의 교과서 안정효 동문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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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3-08-08 13:18 조회5,04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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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계의 교과서 안정효 동문 별세 

“영어를 잘 하려면 안정효처럼 하라”

 

대학시절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60년간 끊임없이 글을 쓰고 번역하며 영원한 작가이고자 했던 안정효(61 영문) 동문이 지난 7월 1일 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 

소설가이자 번역가였던 안동문은 “글쓰기 인생에는 정년퇴직도 없다. 손가락을 움직여 상상력을 글자로 옮길 기운만 남아 있어도, 글쓰기 활동은 가능하다”(<안정효의 글쓰기 만보>, 모멘토, 2006)고 밝혔을 만큼 생전에 24권의 소설과 150권에 가까운 번역서를 펴내는 등 왕성하게 활동했다. 타계하기 전인 지난 4월에도 영국 작가 그레이엄 그린의 베트남 전쟁을 다룬 장편소설 <조용한 미국인>을 번역 출간하는 등 마지막까지도 번역 작가로서 최선을 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정효 동문의 영어 글쓰기는 학생 때부터 유명했다. 어느 학생이 영문학과 교수였던 번브락 신부에게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 할 수 있을까’ 물었을 때 ‘안정효 군처럼 하면 되네’라는 답변을 들었다는 일화가 전해질 만큼 그는 로욜라 도서관에 진을 치고 앉아서 영어로 된 책을 읽고 영어로 글을 쓰는 학생이었다. 안동문은 <서강학보>와의 인터뷰(584호, 2011년 9월 26일 발행)에서 대학생 때 로욜라 도서관의 모든 책을 읽은 경험이 있을 정도로 독서광이었고, 방학 때에도 매일 도시락을 싸들고 와 책을 읽고, 글을 쓰곤 하며 소설가가 되고 싶단 생각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안동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은마는 오지 않는다>의 초고도 대학교 3학년 때 쓴 영어 소설이다. 

안정효 동문은 특이하게도 국내 보다는 미국에서 먼저 그의 작품이 호평을 받으며 거꾸로 국내에 알려진 작가이다. 

안동문은 재학생 시절 ‘영어로 소설 쓰는 대학생’이라고 알려진 덕분에 졸업 전 영자 신문 ‘코리아 헤럴드’에 특채되어 문화부 기자로 일하다 군에 입대했다. 베트남 전쟁 파병에 자원, 백마부대 소속으로 참전해 전장 체험을 ‘코리아 타임스’에 ‘베트남 삽화(Viet Vignette)’로 연재했으며 이 경험을 바탕으로 1985년 계간 <실천문학>에 발표한 작품이 역시 대표작 중 하나인 <전쟁과 도시>(나중에 <하얀 전쟁>으로 제목 바꿈)이다. 이 작품은 발표 당시 한국에서는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안동문이 1989년 영문 소설로 다시 써서 미국에서 <하얀 전쟁(White Badge)>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해, 출간 20일 만에 판매 부수 5만부를 기록하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 여세에 힘입어 <하얀 전쟁>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으로 돌아왔고 국내외 평단과 독자들의 찬사를 받으며 영화로도 제작(1992년)돼 흥행을 거두기도 했다. 

<은마는 오지 않는다> 역시 영어로 다시 써서 1990년 미국에서 <은마(Silver Stallion)>로 출판된 후 <은마는 오지 않는다>로 한국으로 돌아왔고 역시 영화로 제작(1991년)되어 주목을 받았다. 또한 영화광의 이야기를 그린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도 1994년 영화로 만들어져 그의 작품 세 편이 90년대 초 극장가를 누볐다.

안동문은 소설 <하얀 전쟁> <은마는 오지 않는다>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가 영화화되어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졌지만 대외적 글쓰기의 시작은 번역이었다. 그는 197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으로 번역 활동을 시작했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펄 벅의 <대지>, 마가렛 미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니코스 카잔차키스 <영혼의 자서전> 등 150권에 달하는 명작들이 그의 손을 거쳐 탁월하게 번역 출간돼 ‘믿고 읽는 번역가’로 불렸다. 1982년에는 존 업다이크의 <토끼는 부자다>로 제1회 한국 번역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안동문은 번역계의 교과서 같은 존재였다. <안정효의 영어 길들이기>(1996) <가짜 영어사전>(2000) <뒤집어지는 영어>(2007) <안정효의 오역 사전>(2013) 등의 여러 권의 영어 톺아보기 책을 출간하여 번역계에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으며,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에서 학생들에게 번역학을 가르치기도 했다. 

안동문 가족 또한 번역가 가족으로 유명한데 안동문은 언젠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부인 박광자(대학원 독문과 박사, 충남대 독문학과 명예교수) 동문과 두 딸까지 모두 합치면 25개국 언어를 하게 되어 집안에는 각국 원서를 번역한 가족들의 책이 방마다 꽂혀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안정효 동문은 1990년 개교 30주년을 맞아 제정한 제1회 ‘자랑스런 서강인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1992년 발표한 중편 <악부전>으로 제3회 ‘김유정문학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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