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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패밀리 탐방① 1회 이수조-하문자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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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04-12-03 15:12 조회13,07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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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교 44년. 서강은 어느덧 청년의 시기를 지나 장년이 되었고, 서강이 배출해낸 초기 졸업생들은 대부분 자녀들을 출가시키고 귀여운 손자 손녀까지 두게 되었다. 세대를 이어가며 부모와 자녀가 모두 서강 동문이 된 경우도 수없이 많다. '서강옛집'에서는 졸업생 중에 동문부부와 그 자녀, 며느리와 사위 등 서강이라는 울타리 안에 특별한 '동문 가족'을 이루고 있는 가정을 찾아 그들의 서강에 얽힌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담아 연재를 한다.

 

1회 이수조-하문자 동문 부부 

 

# 뜻밖의 가을 여행이 준 선물 

내가 바랐던 것은 ‘전원 주택’이었다. 그리고 약간의 휴식이었다. 이래저래 올 가을은 단풍 구경 한번 제대로 못해보고 지나가나 했더니 동문회 사무국에서 정해 준 인터뷰 장소는 뜻밖에도 경기도 이천시 율면이었다. 작정하지 않으면 올 가을은 서울 바닥을 벗어나기도 힘들겠구나 해서 단풍객으로 고속도로가 넘쳐난다는 TV 화면만 봐도 괜히 짜증나고 있을 때였다. 그러니 주소지만 듣고도 가을이 나에게서 완전히 멀어진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 것도 무리는 아니다. 게다가 인터뷰할 분은 시골 작은 마을에서 전원 생활을 하고 계시다고 했다. 

 

가을, 전원주택, 낙엽 태우는 냄새, 한적한 시골 마을….동문회에서 만들어준 행운의 가을 여행에 대한 그림이 머리 속에서 금새 펼쳐졌다. 내친 김에 돈이 되는 ‘일’은 1박2일 동안 가을 속에 날려 버리고 이천에서 가까운 능암 탄산 온천에서 하룻밤 묵고 월악산 단풍을 구경하고, 돌아오는 길에는 세계 3대 광천수인 초정약수를 맛보고 오면 남부럽지 않은 가을을 만들 수 있겠다는 답이 나왔다. 경기도 이천시 율면에서 전원 생활을 하고 있는 이수조(60.경제)-하문자(60.사학) 동문부부를 만나 보라는 전화 통화만으로도 나는 벌써 가을 여행객이 되어 있었다. 

 

드디어 여행을 떠나는 토요일 아침. 집에서 기르는 푸들과 슈나우저까지 대동하고 본격적인 가을맞이에 나섰다. 가을 햇살은 눈부셨고, 차안으로 쏟아지는 가을 바람은 시원했다. 길가에 떨어진 노오란 은행잎은 가을 여행으로 설레이는 여행자의 마음처럼 이리저리 뒹굴고 있었다. 

 

# 서강을 만든, 서강이 닮은 부부 

서울을 겨우겨우 빠져나와 경부고속도로에 들어섰다. 하문자 선배님은 친절하고 자상하게 토요일 오전 경부고속도로의 사정은 답답할 게 분명하니 중부고속도로를 택하라고 하셨지만성급한 여행객은 서울 탈출이 우선이었다. 도로 위의 시간은 더디었지만 창 밖의 가을을 감상하는 시간으로는 충분했다. 경부고속도로에서 영동고속도로로, 다시 중부고속도로로 돌고 돌며 서다 가다를 반복한 끝에 시원하게 뻗은 38번 국도를 탔다. 차는 이제 한적한 국도를 달리며 점점 가을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이제 곧 만나게 될 이수조-하문자 동문 부부의 얼굴이 추수를 끝낸 들녘과 빨갛고 노란 가을 산에 묻어난다. 

 

뜻하지 않은 가을 여행의 동반자가 된 동문회 사무국의 유진아(98.영문)님의 말에 의하면 이수조-하문자 동문 부부는 아마도 서강 최대의 서강 가족이란다. 슬하의 딸 셋이 모두 서강에서 공부했으며, 사위들까지 서강의 남자란다. 가족 모임이 바로 동문 모임이 되는 동문 가족이다. 가족 같은 동문이 아니라 실제 동문으로 이루어진 가족이다. 그렇게 하고 싶은 희망을 갖기는 쉬울 수 있어도, 그저 희망만으로 그렇게 되진 않았을 것이다. 하문자 선배님이 세심하게 불러주신 표지판이 하나 둘 뒤로 정확히 물러갈수록 시골의 가을 풍경은 짙어만 가고 서강 가족을 만난다는 설레임은 깊어만 간다. 

 

이수조-하문자 동문 부부가 전원생활을 하고 있는 곳은 경기도 이천시와 충청북도 음성군이 나뉘어지는 383번 지방도로 근처이다. 산허리가 생극면 방향인 오른쪽으로 돌아가기 전, 왼쪽 편에 아담하게 솟은 작은 산 아래에 서강 1회 입학생 부부의 보금자리가 있다. 

 

1회 졸업생이기도 한 부부의 전원 주택은 가을 여행을 용기내게 한 그런 화려한 ‘전원 주택’이 아니었다. 통나무집도 아니었고, 유럽형 펜션처럼 호사스럽지도 않았다. 평범한 집이었다. 그저 그 자리에 있어야 할 게 있는, 가을 산과 시골 마을에 딱 어울려서 모나지 않고, 그래서 폼 잡지 않는 보통 살림집이었다. 담이 따로 없는 마당에서는 개 두 마리가 낯선 손님들에게 컹컹 짖어댄다. 대충 훑어본 마당은 조경이 아니다. 일부러 멋을 내지 않고 일일이 사람 손이 갔을 법한 나무와 꽃들이 투박하지만 겸손하게 자리잡고 있다. 이수조-하문자 동문 부부가 처음 만난 게 1960년이었으니 벌써 45년을 함께 한 정 깊은 친구의 손길이 전해진다. 

 

# 우리부부가 서강을 좋아하는 이유 

갈쿠리와 소쿠리를 한쪽 벽에 세워둔 현관문이 조용히 열리며 이제는 따스해진 가을 햇살 같은 미소를 지으며 동문 가족의 아버지 이수조 동문과 어머니 하문자 동문이 처음 본 후배를 가족처럼 맞아 주신다. 

 

“그냥 가족 이야기인데 뭐 들을 게 있어서 여기까지 왔어?” 

 

집 밖의 느낌처럼 집 안 분위기도 소박하고 따뜻하다. 거실에서 이어지는 장독대와 손수 가꾼 마당이 통유리를 통해 한눈에 들어온다. 사이좋게 옆으로 붙은 책상과 그 위에 나란히 놓인 컴퓨터 모니터가 마치 부부가 함께 앉아 있는 것처럼 다정하다. 따스한 온기는 거실 벽난로보다 벽에 걸린 가족 사진에서 더 많이 느껴졌다. 이수조-하문자 부부를 중심으로 왼쪽부터 셋째 딸 이경아(95·영문) 동문과 사위 강경석씨, 첫째딸 이경진(90·종교) 동문과 사위 권승욱(89·화공) 동문, 둘째딸 이승연(95·컴퓨터) 동문과 사위 이완재(94·경영) 동문이 환하게 웃고 있다. 

 

직계 가족 8명중에서 7명, 87.5%가 서강 가족이다. 학과도 겹치는 과가 없으니 경제, 사학, 종교, 화공, 컴퓨터, 경영, 영문 등 총 7개과에 걸쳐있다. 서강 최대의 서강 가족이라 할만하다.

 

“다 똑 같으면 재미없잖아. 그래서 막내 사위만 딴데서 골랐어”

 

허허 웃는 이수조-하문자 동문 부부의 웃음에 사진 속의 서강 가족이 모두 따라 웃는 듯했다. 부부가 이렇게 서강 ‘대가족’을 이룬 것은 어머니와 아버지가 서강을 ‘너무 좋아하다 보니’ 자식들도 당연히 서강을 택하게 되었고, 서강을 다니다 보니 서강에서 배필을 찾았단다. 그렇다면 모든 것의 시발점, 이수조-하문자 동문 부부는 서강을 얼마나 왜 좋아하는 것일까.

 

이수조 동문은 수수한 나무 쟁반에 수북히 담긴 귤 껍질을 까며, 하문자 동문은 멀리서 온 서강의 후배에게 배 한 조각을 건네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1960년 학교가 세워지고 첫 입학생 160명이 들어 왔던 이야기, 엄한 학점과 FA, 거의 매일 진행되었던 외국인 신부님과의 영어회화, 교수님들과 함께 했던 주말 여행과 댄스 파티, 모두가 가난했던 60년대와 A관 하나 달랑 있던 시절의 추억과 낭만, 서강 교육의 전통과 정체성, 선배 없이도 당당히 제자리를 찾아 우뚝 선 60년대 학번의 시련과 성공담…. . 

 

나는 그날 통유리를 통해 들어오는 따사로운 가을 햇살을 받으며 이수조-하문자 동문 부부에게 서강을 왜,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들었지만 그것을 다시 이곳에 글로 옮겨 적어 서강 최고 선배의 서강 사랑을 온전히 전달할 자신은 없다. 나는 다만 이수조 동문의‘서강 사랑은 말이 아니라 실천’이라는 말과, 많은 이야기 끝에‘우린 서강을 좋아해요’라며 눈물을 글썽이신 하문자 동문의 마음만 가슴에 담아 왔다.

 

이수조-하문자 동문 부부는 최근 서강 사랑으로 이미 ‘화려한’ 전원 주택에 좀 더 멋을 부렸다. 집에서 가장 볕이 잘 드는 이층 정중앙에 ‘성모마리아’를 모실 수 있는 작은 공사를 한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내게 아직 남은 가을 여행을 재촉하느라 집을 나서서 나오는 길에 문득 내가 떠나온 이수조-하문자 동문 부부의 집을 다시 한번 뒤돌아보았다. 그때나는 마치 성모마리아가 부부 가족뿐만 아니라 우리 서강 가족 모두를 품에 품고 있는 듯한 착각을 했다.

 

조광현(88·경제) 디지털미디어리서치 대표·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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