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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의 장인④-와인업체 비노비노 대표 홍경택(70.전자)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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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5-08-04 15:07 조회12,98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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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색 넘치는 이태리 와인, 그 강렬한 개성에 푹 빠져


와인은 삶 그 자체이다. 적어도 이태리 와인은 그렇다. 프랑스 와인처럼 화사하진 않지만 개성어린 솔직함이 술잔을 넘나든다. 마주앉은 이태리 와인 전문 수입회사 ‘비노비노’ 의 홍경택 회장(70·전자) 처럼 말이다.

홍 회장은 취재원으로서 그리 나긋나긋한 사람이 아니다. 연극에 심취했던 학창시절, ‘니꼴’로 대변되는 여성 핸드백 메이커 명실업의 성공, 그리고 이태리 와인 전문 수입회사 비노비노의 설립까지 삶의 다양한 스펙트럼은 흥미로운 소재이기 이전에 범접하기 어려운 카리스마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인은 때때로 점잖은 사람을 수다쟁이로 만드는 마술을 부리는가 보다.

“질 좋은 가죽을 구하러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으로 자주 출장을 다녔습니다. 거기가 가죽공업이나 패션산업이 발달한 곳이기도 하지만 실은 와인이 기가 막힌 데죠. 식재료의 맛을 자연스럽게 살린 이태리 음식과 향이 똑부러진 와인의 궁합은 한국에 돌아와서도 잊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여성 핸드백이 갓 유행을 타던 시절, 명동거리에서 일견한 당시 제품들을 보고 저보단 잘 만들 수 있으리란 자신감에 시작한 핸드백 사업이었다. 그 핸드백을 국내 유명 메이커로 우뚝 세운 지금, 다시금 이태리 와인에 도전한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었으리라. 타고난 창조적 열정의 힘이랄까? 이태리 와인 수입 사업을 마음에 두고 국내 시장 조사를 해보니 이태리 와인은 충분한 시장성이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 이태리 전문 식당에서조차 이태리 와인보다는 프랑스 와인 일색인 형편이었다. 미국과 일본 시장을 보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이태리 와인은 그 가치에 비해 평가절하되고 있음이 분명했다.

“2001년부터 이듬해까지 이태리의 포도주 산지를 샅샅이 훑었습니다. 이태리 와인의 심장부인 키안티는 물론 토스카나, 피에몬테, 시칠리아를누비고 다녔죠. 차도 안다니고 행선지 표지도 없는 시골을 말입니다. 이탈리아의 농장주들은 만나자고 해도 시큰둥했어요. 별로팔고 싶은 욕심도 없고. 그런 곳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테스트를 하고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가 본격적으로 이태리 와인을 수입한 것은 2002년 5월의 일이다. 당시만 해도 국내 와인시장은 보르도나 버건디 같은 프랑스 와인이 장악하고 있었다. 와인을 소개하는 소믈리에 중 십중팔구는 프랑스 와인을 공부한 사람들이니 어련할까? 이태리와인은 특급호텔에서 조차 구색을 맞추는 용도로나 쓰이던 때였다.

 

이태리 와인은 기실 지방색이 강하다. 따라서 취급이 용이하지 않은 대신 강렬한 개성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게다가홍 회장이 선별한 수백 종의 이태리 와인 리스트는 그 자신이 직접 발로 뛰며 체득한 경험의 소산이다. 이태리 와인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하며 홍 회장의 입을 거쳐간 와인만 해도 수천가지는 된다고 한다.


“이태리 와인은 생산자와 똑같은 품성을 지녔습니다.즉 주인이 괴팍하면 와인도 괴팍하고 고집이 세며, 주인이 세련되면 와인도 세련되고 깔끔합니다. 제가 아는 어떤 농장주는 사람을 아예 만나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와인생산자가 와인만 잘 만들면 됐지 사람 만나 비즈니스 하는 게 싫다는 거였죠. 어렵게만나 지금은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됐는데요. 그의 와인도 주인을 닮았는지 좀체 자신을 드러내지 않다가 어느 순간 힘을 폭발시켜 종내 훌륭한 여운을 남기더군요.”

이태리는 지역에 따라 3백여 종의 포도가 재배되고 수천여 종의 와인이 생산된다. 북서부 지역은 주로 강한 맛의 레드와인들이 생산되는 반면 북동부 지역에선 가벼운 맛의 화이트 와인들이 생산된다. 이태리 남부지역은 디저트 와인들로 유명한데 마르살라(Marsala), 그레코(Greco) 등이 대표적이다. 최고의포도주를 만들기 위해 나무 한 그루에 한두 송이만 남겨 흙의 양분을 모아주고, 지중해의 태양을 골고루 쏘이다가도 때에 따라 그늘을 만들어 휴식케 한 농부의 땀과 정성이 온전히 담겨있다.

그의 이런 노력 때문일까? 수년전만 해도 프랑스 와인색이던 국내 와인시장에도 최근 들어 이태리 와인을 찾는 애호가들이 늘고 있다. 아직 미국이나 일본처럼 20~ 40 의 시장점유율을 나타내진 않지만 두드러진 성장세다. 호텔, 와인바, 이태리식당등에서 들어오는 문의나 주문도 예전에 비할 수 없을 정도. 비노비노 역시 꾸준한 성장을 거듭해 이태리 와인 시장의 선두주자가 되었다. 특히 현지 와인 생산자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5만병 이상의 와인을 수입했고, 호텔등 다양한 장소에서 열린 전시회 및 시음행사에 참여했다. 이러한 실적을 바탕으로 고급 레스토랑과 특급호텔 및 개인 애호가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음은 물론이다.

 

“와인은 젊은이들도 많이 찾지만 40 ~ 50대의 중장년 층에도 특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우선 파스퇴르의 말처럼 와인 자체가 술 가운데서도 특별히 건강에 유익하다는 점을 들 수 있겠는데요.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고, 감기바이러스를 예방하며, 심장병 및 당뇨병 환자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죠. 또 저녁시간 한두 잔의 와인은 부부 간의 대화를 촉진해 화목한 가정을 꾸리는 데 일조합니다. 한마디로 즐거움과 유익함을 동시에 가져다 주는 웰빙 시대의 동반자라고나 할까요?”

 

현재 홍 회장은 비노비노 외에도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맛을 살린 레스토랑‘알빠르코’를 운영하고 있다. 그의 경영 철학을 보여주는 에피소드 한 토막. 토스카나식 요리는 마늘과 올리브오일을 위주로 양념을 한다. 알빠르코 역시 싱거울 정도로 자극적인 양념을 자제하는 편이다. 때문에 처음 접한 사람들은 음식에 간이 되지 않았다며 불만을 표시한다고.

 

이에 대해 홍 회장이 취한 조치는 ‘한국식’ 양념을 추가하는 게 아니었다. 더 좋은 재료를 사용해서 원래의 맛을 제대로 살려보기로 한 것. 서울에서 구하기 힘든 최고급 오일을 사용하거나, 식재료의 신선도를 생명처럼 여기도록 만들었다. 그는 운영자의 개성이 표현되지 않는 레스토랑은 실패의 지름길이라고 얘기한다.

 

“외식사업은 운영자의 개성이 잘 드러나는 분야입니다. 요리의 맛은 물론 실내 장식, 그릇 종류, 종업원의 말투에 이르기까지 사장의 개성이 배어 있죠. 저는 음식의 형태가 복잡한 걸 싫어하는 편입니다. 때문에 알빠르코도 심플하고 깔끔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요.”

 

그렇다면 그를 사업의 길로 인도한 핸드백 메이커 명실업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사실 외국 유명 메이커에 잠식당한 핸드백 분야에서 ‘니꼴’과 같은 국산 브랜드의 영화는 아련한 향수처럼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의외로 담담하고 편안하게 다가왔다.

 

“외국 브랜드의 강세야 어제 오늘의 일인가요? 그래도 3 ~ 4년 후에는 다시 국산의 입지가 마련될 겁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소위 명품이라는 것들도 언젠가는 식상해지지 않겠어요?”(웃음)

 

명실업, 비노비노, 그리고 알빠르코. 홍 회장의 일상은 분주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럼에도 그에게선 눈앞의 작은 이익에 집착하지 않는 삶의 여유가 풍긴다. 그에게 사업은 흐르듯 관조하되 즐기는, '작은 이탈리아’다. 이태리 대사관과 무역협회에서 그를 공식파트너로 지정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가죽, 패션에서 와인, 요리에 이르기까지 이태리를 상징하는 아이콘들이 그를 통해 이 땅에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25년 이상을 이태리와 한결같은 인연을 맺고 있는 홍 동문의 삶은 어느덧 질기고도 부드러운 이태리 가죽의 격조와, 깊고도 풍부한 이태리 와인의 강한 개성이 한껏 어우러져 진한 향기를 발산하고 있다.

 

조광현(88·경제) 디지털미디어리서치 대표·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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