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동문회관에서 열린 2학기 서강동문장학회 장학증서수여식은 어느 해보다도 풍성했다. 재학생 60명에게 각종 장학금 9702만2000원이 전달된 것. 이는 동문회 장학재단이 설립된 이래 가장 큰 액수다.

재단법인 서강동문장학회(회장 김호연 동문회장)는 1986년 1억원 규모로 설립됐다. 올해로 20년째를 맞는 셈인데, 장학기금의 규모는 8억 9천만원으로 성장했다. 2002년 말 동문회관이 완공되어 장학기금 마련을 위한 발판이 마련되기도 했다. 2005년 2학기 현재까지 동문회장학금을 받은 장학생은 950명에 이른다. 모두 11억5000만원이 장학금으로 쓰였다. 연간 장학금 지급 규모는 1억5000만 원 수준.

동문장학금의 가장 큰 특징은 학점보다는 후배들의 형편을 우선 기준으로 삼는다는 데에 있다. 또한 선배가 후배들의 학업을 돕는다는 취지에서 나왔기에, 주는 쪽에서나 받는 쪽에서나 장학금의 의미가 각별하게 기억되곤 한다. 동문회가 할 수 있는 가장 값진 일이 바로 장학금이라는 데 이견이 없는 이유다. 동문장학금 현황은 다음과 같다.

동문회 장학금 - 현재 동문회에서 지급하는 장학금은 두 가지. 하나는 동문들의 장학기금 및 동문회관 운용수익에서 나오는 동문회 장학금이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재학생을 심사에 의해 선발, 매학기 10여명, 많으면 20명 안팎의 학생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가장 기본이 되는 동문 장학금이며, 현재까지 500명에 이르는 장학생을 배출했다.

기탁 장학금 - 동문회는 또한 각종 기탁 장학금을 운용한다. 특정 동문이나 외부단체에서 지원하는 장학금이 동문회를 거쳐 지급되는데, 현재 7가지 장학금이 있다.

스티브김 장학금 … 재미 사업가 스티브 김(69·전자) 동문이 2 0 0 1년부터 매년 1억 원씩 지원하는 장학금. 기탁장학금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학생과에서 장학생을 선발해 왔으나 올해부터는 동문회에서 선발하게 됐다. 매년 50명 안팎의 학생에게 혜택이 돌아갔다. 스티브김 장학금은 2009년까지 한시적으로 지급하게 돼 있는데, 그 이후에는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이 환원하는 형식으로 장학회를 운영하게 된다. 장학생들은 스티브김이 운영하는 사회복지재단 ‘꿈·희망·미래재단'에서 고등학생 공부를 도와주거나 선후배간 멘토링을 주고받기도한다. 또 캠프를 열어 유대를 강화하기도 한다.

호상장학금 … 박상환(69·무역) 동문이 지원하는 장학금. 88년 부터 시작된 전통 있는 장학금이다. 매 학기 1명씩 장학생을 선발하며, “성실히 배우고자 하나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대상이다. 호상장학금은 선후배간의 유대를 매우 중시한다. 그래서 장학생 선발 시 박상환 동문이 면담을 갖고 함께 식사를 하곤 한다. 또 매년 6월 둘째주 토요일 오후 1시는 호상장학생들이 북한산에 모여 함께 등산을 한다. 강제조항이 있는 건 아니지만, 호상장학금 수혜자들은 ‘사회에 나가 돈을 벌면 장학금을 내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쓰기도 한다. 호상장학생은 모두 76명. 호상장학금지급액 누계는 6870만원을 기록 중이다.

글라라장학금 … 익명을 요청한 동문이 매달 200만원씩 동문회로 보내오는 기금으로 장학생을 선발한다. 매학기 3 - 4명을 선발하여 A, B장학금을 지급한다. 역시 집안 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대상. 장학금신청서에 쓰인 사연을 읽은 기탁자가 즉석에서 장학금을 더 내기도 했고, 졸업할 때까지 지원하기로 한 경우도 있었다. 지금까지15명이 글라라장학생으로 선발됐으며, 모두 2700만원이 지급됐다.

미주 동문 장학금 … 샌프란시스코지역에 거주하는 동문들이 설립한 장학재단에서 매년 보내오는 4000달러로 장학금을 지급한다. 지금까지 7명의 장학생에게 940만원이 돌아갔다. 북가주지부 동문회장 이상수(78·전자) 동문이 모임을 주도하는데, 앞으로 미국 전역의 동문이 참가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장학금 명칭에 샌프란시스코라는 이름을 내세우지 않았다. 이곳 장학재단에서는 모교 후배들에게는 물론, 미국거주 동문 자녀들에게도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현서장학금 … 현대석유화학 재직 동문이 매년 화학과 또는 화공과 재학생 1명을 선발, 장학금을 지급한다. 

SK대덕동문장학금 … SK대덕기술원 동문들이 매년 2명에게 지원한다. 이 장학금 또한 화공과, 생명과학과의 재학생으로 장학생을 지정하는 것이 특징.

김구재단장학금 … 김호연(74·무역) 동문회장이 출연한 비영리 공익법인 김구재단에서 기금을 지원하며, 올해 부터 동문회가 장학생 선발을 맡았다. 사학과, 생명과학과, 경제학과, 경영학과 학생 중 매년 10명 내외로 선발, 장학금을 지급한다. 올해는 9명에게 1350만원을 장학금으로 전달했다.

그밖의 장학사업 - 동문회는 학비지원 장학프로그램 이외에도 여러 방면에서 후배들을 돕는 길을 찾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해외연수 장학금인데, 모교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미국의 대학에서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게 돕고 있다. 

해외연수 장학금 … 세계화 시대를 맞아 후배들이 국제적 안목을 기를 수 있도록 돕자는 목적으로 1991년에 설립됐다. 매년 2 - 4명의 학생을 선발, 미국의 로욜라 메리마운트대학이나 곤자가대학으로 여름방학 기간 중 연수를 보내준다. 항공료 체재비 전액 지원. 올해는 2명이 선발되어 곤자가 대학에 연수를 다녀왔다. 이 장학금은 현재 조안리 동문이 초대 길로련 학장을 기려 기탁한 기금 1억원에 동문회 기금을 보태 1명, 그리고 동문회 장학금으로 1명씩 선발한다. 지금까지 60명이 펠로우에 선발됐으며, 이들에게 2억4 0 0 0만원이 지급됐다.

고시반 및 CPA반 지원금 … 행정, 사법, 입법, 지방고시를 준비하는 학생 및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해 매년 특강비를 지원해 주고 소정의 운영비를 보조한다.

재학생 동아리 활동 지원금 … 재학생 동아리들이 행사 등을 준비할 때 활동계획을 심사하여 소정의 지원금을 지급한다.

동문 장학금의 미래 - 동문회는 현재의 장학금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앞으로 기업체별 동문장학금을 만들어 가기로 했다. 회사 단위 동문회 별로 특색 있는 장학금을 조성, 동문들이 돕고자 하는 학생을 직접 가려 뽑고 돕자는 것. 위에서 소개된 현서장학금이나, SK대덕동문장학금 등의 운용방식을 대폭 확대 적용하는 셈이다. 기업체별 동문장학금이 앞으로 자리를 잡게 되면 장학금 전달 방식의 일대 변화를 낳을 전망이다. 각 기업 장학회는 장학증서전달식에서각자 고유한 장학증서를 만들어 전달할 수 있게 된다. 또 장학금을 전달해 준 후배에게 각별한 애정을 갖게 되어 선후배간 교류 공간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후배의성장을 지켜보며 동문 된 보람을 재확인하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동문회의 제안을 받은 기업체 동문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숙원사업이었던 동문회관건립도 달성했고, 이제 동문회가 눈길을 쏟아야 할 곳은 다름 아닌 후배들의 앞길을 닦는 것일 테니까. 장학금, 그 이상의 장학금을 만드는 일에, 이제 동문들의 참여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