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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에서] 김명중(96·국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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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가온 작성일08-10-18 21:59 조회24,01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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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8일 오전 11시 45분 서울발 비행기로 제주도에 왔다. 1학년 7반 담임을 맡고 있기에 학생들의 수학여행을 인솔하기 위해서다. 남들은 부러워하며 즐겁게 잘 다녀오라는데, 마음은 걱정으로 가득하다. ROTC 출신에다 해병대에서 군복무를 마친 교사 6년차에게도 걱정은 예외 없이 따라다닌다. 

 

“선생님이 왜 되고 싶은데?”
“학원이 필요 없는 수준의 교육을 해내는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1995년 12월 대학입시 때 모교 인문학부 면접에서,국어선생님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힌 뒤에 당시 면접관이었던 서정목 교수님과 나눴던 대화다. 소위 ‘잘 나간다’는 8학군, 그것도 강남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다보니 친구들이 사교육에 내맡겨진 교육 현실에 화가 났기에 그런 말을 했던 것 같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났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세상도 나도 많이 변했다. 현실을 접해보니 ‘사교육보다 뛰어난 수업을 하는 교사가 되겠다’던 생각은, 공부 잘하는 상위 10% 학생만을 고려했던 것이었음을 알게 됐다. 물질적, 정신적 어려움으로 고생하는 아이들이 많다 보니 그들을 보듬어주고 다독이며 희망을 심어주는 게 교사로서 할 일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교육현장에 서 보니 한 반에 적게는 10%, 많게는 25%의 학생들이 학비 지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도 한 반에 한두 명은 꼭 있었다.

2007년 2학년 담임을 맡았을 때, 결손 가정에서 자라 성격에 모가 났던 지 이 학교 저 학교를 옮겨 다니다 3월 말 우리 학교로 전학 온 아이가 있었다. 관심을 갖고 가정방문을 비롯해 여러 차례 면담했다. 이혼한 상태였던 그 아이의 부모에게 전화해서 학생에 대한 관심과 지도도 부탁했다.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했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조퇴와 무단결석을 빈번하게 하더니 급기야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과 문자메시지를 남기고 전학온 지 3주 만에 자퇴를 선언했다. 이 경험은 개인적으로 큰 충격으로 다가왔기에 한동안 혼란 속에서 지내야 했다.

그렇지만 쏟았던 애정이 거짓말을 하지않는 경우가 더 많다. 위 사건이 일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학생의 어머니가 찾아와 눈물을 흘리면서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나의 칭찬과 격려 및 질책 덕분에 2학년 겨울방학 때는 책상에 앉아 2시간 이상 공부도 했다 한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교사는 제자들이 바른 선택을 하고 긍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올해 몇 가지 새로운 시도를 시작했다. 체벌 없는 지도를 시작했고 수업 방식도 토론식, 모둠별 수업, ICT(정보 통신 기술)활용 등 다양화시켰다. 이런 노력의 결과는 제자들이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해 생활하다가 고등학생 시절을 돌이켜 볼 때 쯤 비로소 성과가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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